그랜드오페라단 창단 22주년 기념, OPERA <라 트라비아타 in Concert>(이하 <라 트라비아타>)가 10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됐다. 2018 그랜드오페라단의 올댓 오페라 제5탄으로, 예술총감독 및 연출 안지환, 지휘 카를로 팔레스키,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 메트오페라합창단이 함께 했다.
본지는 <라 트라비아타>의 기본적인 정서와 콘서트 버전 공연에 대한 고찰로 시작해,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의 ‘투사(projection)’와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로날드 페어베언(W. Ronald D. Fairbairn)의 ‘분열성 양태(split position)’ 모델, 도날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의 ‘참 자기(true self)와 거짓 자기(false self)’, ‘멸절(annihilation)’ 및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수용전념치료(ACT)의 ‘개념화된 자기(conceptualized self)’와 ‘맥락으로서의 자기(self as context)’ 개념을 기준으로 총 7회에 걸쳐 리뷰를 공유 한다.
<‘라 트라비아타’ 공연사진. 사진=김문기 제공> (이하 사진 동일)
◇ <라 트라비아타>가 가진 한(恨)의 정서! 서곡의 시작은 제3막의 음악적 암시이다!
베르디가 작곡한 <라 트라비아타> 서곡은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했는데, 서곡 시작부터 애잔함에 가슴이 찡했다. 이번 공연은 콘서트 버전으로 펼쳐졌기 때문에 오케스트라가 오케스트라 피트가 아닌 무대 위에서 연주했고, 기악적인 생생한 전달은 서곡부터 감동을 줬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지속적으로 좋아하는 스테디셀러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한(恨)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데, 서곡의 시작은 제3막의 음악적 암시라고 생각됐다. 원망, 안타까움, 억울함, 슬픔의 정서가 처음부터 전달되는데, ‘축배의 노래’의 밝고 화려한 분위기는 서곡과의 정서적 차이를 만들어 오페라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전에, 이 작품의 오페라 버전을 본 적이 있는 관객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부각되는 이번 공연에서 서곡이 어떤 감성을 만들고 있는지 더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제3막 시작 부분에서는 서곡을 다시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시각적인 면이 제한되기 때문에 바이올린이 만드는 애달픈 정서가 더 깊게 다가왔다. 떠남, 행복, 슬픔, 기쁨의 복합적인 감정 속에, 젊은 나이에 슬픔만 겪고 죽는 게 억울한 비올레타(소프라노 윤정난 분)의 아리아는 더욱 와닿았다.
◇ 최소한의 소품으로 이어가는 스토리텔링
이번 <라 트라비아타>는 최소한의 소품으로 스토리텔링을 이어갔다. 제2막 제1장에서 합창단이 퇴장하고 난 후 탁자와 의자가 무대 위에 세팅되는 등 상징적인 소품만으로도 충분히 정서를 이어갔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의 열정적인 지휘는 공연 내내 인상적이었다. 만약 오페라 버전이었으면 지휘자의 역동적인 지휘는 관객의 시선을 빼앗아 관람을 방해했을 수도 있는데, 콘서트 버전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지휘자의 역동성을 관객이 연주를 더욱 열정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라 트라비아타>는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과 음악에 한(恨)의 정서가 들어가 있다. 마치 작곡가가 우리나라 이야기로 만든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무대장치에 그런 이미지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관객들에게 그런 느낌이 전달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시각적인 감각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오페라였으면 콘서트 버전으로 만들더라도 일정 부분 이상의 무대장치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콘서트 버전으로 <라 트라비아타>를 선택한 것은 똑똑한 선택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좋아하는 오페라라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 실력파 성악가의 열연! 듣는 즐거움이 감동으로 이어지다
<라 트라비아타>가 워낙 유명한 오페라이고 자주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많은 연습과 경험을 한 성악가들이 많기도 하지만, 특히 이번 공연에 함께 한 성악가들의 고른 실력은 듣는 즐거움을 감동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성악가 윤정난, 김동원, 한명원, 최승현, 황혜재, 민경환, 서동희, 문영우, 이준석, 김인재, 서정민과 합창단 모두 수준급의 고른 실력을 발휘해,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감정선이 끊기지 않고 계속 몰입할 수 있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성악가들의 연기가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등퇴장과 이중창에서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웠다는 점도 음악에 집중하는데 도움을 줬다. 오페라 버전에서 가능한 많은 것을 가져오려고 하지 않고, 음악적인 면에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점이 돋보인 시간이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